모란이 피기까지는
나는 아직 나의 봄을 기둘리고 있을 테요
모란이 뚝뚝 떨어져 버린 날
나는 비로소 봄을 여읜 설움에 잠길 테요
오월 어느 날,
그 하루 무덥던 날 떨어져 누운 꽃잎마저 시들어 버리고는
천지에 모란은 자취도 없어지고
뻗쳐 오르던 내 보람 서운케 무너졌느니
모란이 지고 말면 그뿐
내 한 해는 다 가고 말아 삼백 예순 날 하냥 섭섭해 우옵내다
모란이 피기까지는
나는 아직 기둘리고 있을 테요, 찬란한 슬픔의 봄을
— 모란이 피기까지는 김영랑, 『시문학』 2호 (1934)
1903년 1월 16일 오늘, "독(毒)을 차고"의 시인 김영랑이 탄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