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막. 유배 직전 (1813~1814년) — 언론의 배신
러시아 원정의 참패(1812년) 이후, 나폴레옹을 열렬히 찬양하던 프랑스 언론의 분위기는 서서히 냉각되기 시작했다.
르 모니퇴르 유니베르셀 Le Moniteur Universel, 오랫동안 나폴레옹의 공식 나팔수 역할을 해온 이 신문은 1813년 라이프치히 전투(제국 군대의 대패) 이후 승전보 대신 침묵을 택했다.
1814년 3월, 연합군이 파리 외곽까지 진격하자 '라 가제트 드 프랑스'는 1814년 3월자 신문에 이렇게 보도했다.
"황제는 프랑스를 위해 모든 것을 바쳤다. 그러나 이제 프랑스는 더 이상 그를 위해 피를 흘릴 수 없다."
왕당파 신문들은 좀 더 노골적인 보도를 이어갔다.
"폭군의 시대는 끝났다. 부르봉 왕가만이 프랑스를 구할 수 있다."
1814년 4월 6일, 나폴레옹은 퐁텐블로 궁전에서 서명했다.무조건 퇴위였다. 언론은 일제히 루이 18세를 환영하는 헤드라인으로 도배됐다.
"자유가 돌아왔다! 합법적인 왕정이 회복되다!"
나폴레옹은 지중해의 작은 섬, 엘바로 떠났다. 그리고 언론은 그를 잊었다.
제2막. 유배 후 (1814년 5월~1815년 초) — 망각과 조롱
엘바섬의 나폴레옹은 이제 더 이상 황제가 아니었다. 기껏해야 호기심의 대상이었다.
영국의 '더 타임즈'는 퐁자적 논조로 나폴레옹에 대해 보도했다.
"엘바의 꼬마 황제, 오늘도 섬을 순시하다"
"나폴레옹, 엘바 섬의 700명 병사를 사열하다 — 그것이 그의 제국의 전부"
또한, 프랑스 내의 언론들은 일제히 루이 18세에 대한 보도로 이어졌다.
"우리의 '그리웠던 분(Le Désiré)' 루이 18세께서 돌아오셨다! 프랑스는 이제 폭군의 광기에서 벗어나 평화와 질서의 시대로 접어들었다."
1815년 1월까지 신문에는 여전히 황제 루이 18세의 보도뿐이었다. 나폴레옹은 이미 잊혀진지 오래됐다.
"국왕 폐하의 인자한 통치 아래 프랑스는 다시 유럽의 중심이 되었다. 백성들은 황제의 억압적인 징집에서 벗어나 평화로운 일상을 만끽하고 있다."
그러나 엘바섬의 나폴레옹은 침묵하지 않았다. 그는 섬을 관리하고, 군대를 훈련하고, 그리고 기다렸다.
🦅 제3막. 1815년 2월 26일 오늘, 모든 것이 바뀐 날
제4막. 시시각각 바뀌는 헤드라인 — 언론의 대역전극
나폴레옹이 파리를 향해 북진하면서, 같은 사건을 전하는 신문의 언어가 매일 달라졌다.
그해 3월 1일자 왕당파 신문은 분노와 함께 공포스런 분위기로 보도했다
"코르시카의 식인귀, 쥐앙 만에 상륙하다."
3월 5일에는 중립적인 어조의 보도가 이어졌다.
"나폴레옹 보나파르트, 그라스를 통과하다"
3월 7일자, '괴물'이라는 수식어가 사라졌다.
"보나파르트, 그르노블 점령"
3월 10일, 처음으로 본명을 단독 표기했다.
"나폴레옹, 리옹 입성. 군중이 환호하다"
3월 14일, '황제'라는 호칭이 복귀했다.
"황제 폐하, 마콩을 지나 수도를 향해 진군 중" —
3월 18일,
"나폴레옹 대제, 내일 파리에 입성 예정"
3월 20일, 언론은 이제 그를 완전한 복권시켰다.
"황제 폐하, 튈르리 궁전에 귀환하시다. 프랑스여, 영광이 돌아왔다!"
단 20일만이었다.
제5막. 꼿꼿한 하나의 펜
그러나 3월 19일, 파리 입성을 하루 앞둔 팽팽한 긴장 속에서 단 하나의 펜촉만이 꼿꼿하게 나폴레옹의 심장을 겨누고 있었다. 바로 당대 최고의 자유주의 지성, 벤자민 콩스탕이었다.
언론이 "나폴레옹 장군"이라며 칭송하기 시작하던 그날 아침, 콩스탕은 '주르날 드 데바' 지에 자신의 이름을 내걸고 죽음을 각오한 기명 칼럼을 게재했다.
"나는 한 권력에서 다른 권력으로 비굴하게 옮겨가는 비겁한 철새가 되지 않겠다! 그는 아틸라이자 징기즈칸이다. 나는 프랑스의 자유를 위해 끝까지 저항할 것이다!"
콩스탕은 유서를 품에 안고 짐을 쌌다. '징기즈칸'이 파리에 들어오면 자신의 목은 당장 단두대로 향할 것이 뻔했다.
제6막. 반전
3월 20일, 파리에 무혈입성한 나폴레옹은 '르 모니퇴르'의 비굴한 아부 기사를 비웃으며 한쪽으로 치워버렸다. 그리고 당장 벤자민 콩스탕을 잡아 오라고 명령했다.
황제 앞에 끌려온 콩스탕. 죽음을 각오한 그에게 나폴레옹이 명령했다.
"자네 글솜씨가 아주 매섭더군. 나를 징기즈칸이라 불렀지? 좋아, 그럼 그 대단한 펜으로 나를 위한 새로운 '자유주의 헌법'을 초안해 보게. 나의 권력을 자네 손으로 직접 제한해 보란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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