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발 약 400m의 붉은 바위 위, 바이다르 패스의 무성한 숲과 흑해를 품은 '포로스 교회'는 우크라이나가 소련으로부터 되찾은 정교회 유산이다. 러시아는 줄곧 크림반도의 영유권을 주장해왔으나, 과거 세바스토폴 항의 해군기지 조차권 상실이라는 뼈아픈 지정학적 위기를 겪었다. 게다가 스탈린이 전후 질서를 논하던 얄타의 리바디아 궁마저 친EU 성향의 IT 전략 회의장으로 변모했다. 구소련의 궤도에서 벗어나 서구화로 향하는 우크라이나의 행보는 러시아에게 치명적인 상실로 인식되었고, 이는 전쟁의 불씨를 지피고 있었다. 2014년 크림반도 강제 병합하였고, 이어 동부 돈바스 지역에서 친러 분리주의 세력과 우크라이나군 사이의 내전이 시작됐다.
2022년 2월 24일 오늘, 러시아는 돈바스 지역의 러시아계주민을 보호한다는 명분으로 우크라이나를 전격 침공했다.
침공 첫날, 크림반도를 넘어오는 러시아 기갑부대의 진격을 늦추기 위해 우크라이나군은 남부 요충지인 헤니체스크 다리를 폭파해야 했다. 해병대 공병 비탈리 스카쿤(25)은 다리에 폭발물을 설치했으나, 적이 예상보다 빠르게 들이닥쳐 원격 기폭을 할 시간이 없었다. 그는 대피를 포기하고 전우들에게 마지막 무전을 남긴 뒤, 수동으로 기폭 장치를 작동시켜 다리와 함께 산화했다. 그의 희생으로 러시아군의 진격은 지연되었고, 우크라이나군은 방어선을 재구축할 시간을 벌 수 있었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그에게 최고 영예인 '우크라이나 영웅' 칭호를 추서했고, 고향 베레자니와 모교에는 그를 기리는 거리와 기념비가 조성되었다.
하지만 스카쿤의 이름이 새겨진 가장 상징적인 장소는 우크라이나 영토 안에 있지 않다.
침공 직후, 체코 프라하 시의회는 시내의 한 철도 다리 이름을 '비탈리 스카쿤 다리(Vitalij Skakunův most)'로 공식 명명했다.
이 다리의 위치는 다름 아닌 프라하 주재 러시아 대사관 바로 앞이다.
앞서 2020년, 프라하 시의회는 러시아 대사관 정문 앞 광장을 암살당한 푸틴의 정적 이름을 딴 '보리스 넴초프 광장'으로 개명했다. 공식 주소지에 정적의 이름을 쓰기 싫었던 러시아 대사관은 출입구를 옆 골목인 '코루노바츠니 거리 36번지'로 변경하는 꼼수를 부렸다.
그러나 2022년 우크라이나 침공 직후, 프라하 시의회는 러시아 대사관이 도망친 바로 그 길의 이름을 '우크라이나 영웅 거리'로 바꿔버렸다. 동시에 대사관 바로 옆 철교를 '비탈리 스카쿤 다리'로 명명하고, 다리 전체를 우크라이나 국기를 상징하는 파란색과 노란색으로 칠해 퇴로를 완전히 차단했다.
현재 체코 프라하 주재 러시아 대사관의 공식 주소는 '우크라이나 영웅 거리 36번지(Ulice Ukrajinských hrdinů 36)'다.
오늘도 러시아 외교관들은 우편물을 수령할 때마다 적국의 영웅을 기리는 주소지를 적어 내야 하며, 매일 아침 자신들이 짓밟으려 했던 25세 청년의 이름이 붙은 노란색 다리를 건너 출퇴근해야만 한다.
참고 서적 : Second World, Parag Khanna, 제 2세계, 파라그 카나 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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